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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배경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전쟁 3부작 중 1편인 <무방비 도시>는 바로 이러한 시대상이 그대로 녹아있는 작품입니다. 영화의 원제는 < Roma, Città Aperta >. 제목으로 유추해 봐도 이 영화는 1943년 무솔리니 정권이 실각한 뒤, 나치의 부당한 점령을 받고 있던 로마라는 도시의 불안, 그 자체를 그리고 있다고 요약하는 것이 가장 감독의 의도에 적합할 것 같습니다. 감독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로마의 기근과 나치당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을 실제 사건들을 토대로 스크린에 담았습니다. 이 영화를 필두로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기수들은 이탈리아가 자처한 사회적 현실을 객관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그들이 지니고 있는 정치·경제·사회적 모순을 해결하는 첫 단추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영화가 받는 찬사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영화라는 매체가 지니는 기록적 특성이 사회적인 요구와 맞물려 비로소 '표현 매체'로서의 영화의 시작을 알리게 됐다는 것입니다. 조금 과장하면 앞서 언급한 영화의 반영론적 평가 기준을 처음 가능하게 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930~1940년대의 이탈리아는 상당한 진통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나치와 결탁한 무솔리니 정권이 민중에게 헛된 희망을 안겨준 것도 잠시, 쇠락해가는 국력과는 반비례하는 탄압에 민중은 레지스탕스를 결성해 독일군과 파시스트들에게 저항했습니다. 당시 문학과 영화들은 파시즘을 옹호하고 민중의 눈을 가리기 위한 멜로물이 주류를 이뤘지만(특히 영화는 상류층의 호사스러운 생활을 그려 '백색전화영화'라고 불림), 프랑스 자연주의에서 영향을 받은 의식 있는 문학인들로부터 시작된 '베리스모(진실주의)운동'은 격동의 시절을 맞이한 이탈리아 예술계에 다시금 '리얼리즘(사실주의)' 바람을 일으킵니다. '네오리얼리즘(신사실주의)'라는 이름은 1940년대 이전에 이미 이탈리아의 예술분야 전반에 사실주의적 성향이 존재하고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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